프로그램 소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주한폴란드대사관,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과 “2020 폴란드 영화제”를 준비했습니다. 12월 2일(수)부터 13일(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안제이 뭉크의 <선로 위의 사람>(1957)부터 얀 코마사의 <문신을 한 신부님>(2019)까지 모두 14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안제이 바이다, 안제이 뭉크,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등이 연출한 1950~70년대의 작품들과 얀 코마사, 마우고자타 슈모프스카 등 동시대 폴란드의 주목할 감독들의 신작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번 “2020 폴란드 영화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했습니다. 첫 번째 섹션은 “폴란드 1950~70” 섹션입니다. 1950년대 당시 폴란드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2차대전 이후 새롭게 정권을 잡은 공산주의 정부는 전면적인 산업화와 도시 개발을 주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사회 변혁을 요구하는 청년, 노동자, 지식인들의 목소리는 본격적으로 높아졌고, 이들은 정부의 억압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싸웠습니다.

195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폴란드 영화들에는 당시 사회의 이런 모습과 분위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선로 위의 사람>(안제이 뭉크, 1957)에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희생을 감내한 노동자들의 삶이 담겨 있으며, <순진한 마법사>(안제이 바이다, 1960)에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지 못한 주인공의 외로운 눈빛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공중제비>(타데우시 콘비츠키, 1965)는 2차대전 이후 폴란드 사람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과 죄의식을 그리며, <장벽>(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1966)에서는 답답한 현실을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젊은 세대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실의 장벽을 과감하게 뛰어넘어 독특한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컬트 영화 중 한 편인 <사라고사의 매뉴스크립트>(보이체크 하스, 1964)는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 자유로운 모험을 녹여내며, 지금 보아도 충격적인 <악마>(안제이 줄랍스키, 1972)는 극단적 상황에 몰린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숨김 없이 그립니다. <계몽>(크지시토프 자누시, 1972)은 독특한 이미지와 함께 과학 문명의 발전으로도 풀 수 없는 문제를 고민하며 <모래시계 요양원>(보이체크 하스, 1973)은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 기존 사회의 인습을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비판합니다.

현실의 어두움을 용감하게 직면하면서도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자유로운 영화적 상상력을 펼쳐낸 흐름은 두 번째 섹션 “폴란드의 동시대 감독들”에도 이어집니다. 쿠바 체카이(1984~ ), 아그니에슈카 스모친스카(1978~ ), 마우고자타 슈모프스카(1973~ )는 현재 폴란드와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감독들입니다. 서로 다른 소재와 장르를 취했지만 모두 단단한 현실의 벽에 균열을 내는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부장제, 신자유주의, 전근대적 구습 등 모든 종류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개인의 의지를 중요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선배 감독들의 유산을 충실하게 계승한 흥미로운 작품들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섹션은 얀 코마사(1981~ )의 작품 세 편을 만날 수 있는 “포커스-얀 코마사”입니다. 2000년 초부터 활동을 시작해 여러 편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TV 드라마를 발표한 얀 코마사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주인공의 실존적 고민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폭로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장편 데뷔작인 <수어사이드 룸>(2011), 2차대전 시기를 그린 <바르샤바 1944>(2014), 최근 개봉해 좋은 평을 얻었던 <문신을 한 신부님>(2019)을 통해 얀 코마사의 개성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영화제에 이어 폴란드 영화사의 주요 작품들과 동시대의 뛰어난 신작들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14편의 상영작, 미카우 올레츠칙 평론가의 작품 소개 영상, 그리고 황덕호, 김성욱 평론가의 시네토크와 함께 폴란드 영화의 다채롭고 독특한 매력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시네토크
1. 뉴웨이브의 모호한 물결
일시│12월 5일(토) 오후 4시 <장벽> 상영후
진행│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

2. 폴란드 재즈 - 크리스토퍼 코메다(Krzysztof Komeda)의 세계
일시│12월 12일(토) 오후 4시 10분 <순진한 마법사> 상영 후
진행│황덕호 재즈평론가

◆폴란드 영화와 더 친근하게 만나는 방법
“2020 폴란드 영화제”의 모든 작품 상영 전, 영화평론가 미카우 올레츠칙(Michał Oleszczyk)이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짧은 영화 소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11월 부터 5주 동안, 매주 금요일 "2020 스페인영화제"가 진행됩니다.

상영작 목록

1	셀 211	다니엘 몬존	2009 | 스페인, 프랑스 | 108min | Color
2	더 게이트	로드리고 소로고옌	2018 | 스페인, 프랑스 | 132min | Color
3	선로 위의 사람	안제이 뭉크	1957 | 폴란드 | 86min | B&W
4	순진한 마법사	안제이 바이다	1960 | 폴란드 | 88min | B&W
5	사라고사의 매뉴스크립트	보이체크 하스	1964 | 폴란드 | 183min | B&W
6	공중제비	타데우시 콘비츠키	1965 | 폴란드 | 105min | B&W
7	장벽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1966 | 폴란드 | 81min | B&W
8	악마	안제이 줄랍스키	1972 | 폴란드 | 125min | Color
9	계몽	크지시토프 자누시	1972 | 폴란드 | 93min | Color
10	모래시계 요양원	보이체크 하스	1973 | 폴란드 | 124min | Color
11	얼프린스	쿠바 체카이	2016 | 폴란드 | 101min | Color
12	낯선 여행	아그니에슈카 스모친스카	2018 | 폴란드, 체코, 스웨덴 | 102min | Color
13	어린 양	마우고자타 슈모프스카	2019 | 아일랜드, 벨기에, 미국 | 93min | Color
14	수어사이드 룸	얀 코마사	2011 | 폴란드 | 110min | Color
15	바르샤바 1944	얀 코마사	2014 | 폴란드 | 125min | Color
16	문신을 한 신부님	얀 코마사	2019 | 폴란드, 프랑스 | 115min | Color

상영시간표